칼럼

[풋볼스토리] 2014년의 제주가 보여줘선 안되는 모습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4. 1. 3. 16:20

 


 

 

 

[임형철의 풋볼스토리 53번째 이야기 : 2014년의 제주가 보여줘선 안되는 모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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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제주의소리)

 

2014년 새로운 한 해가 밝았다. 축구 팬들에겐 과연 올 시즌 우리 팀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서서히 상상의 나래를 펼쳐갈 수 있는 1월이 왔다. 벌써부터 여러 가지의 이동과 변동들이 보여 지고 있는 가운데, 각 팀들의 2014 시즌을 위한 준비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도 볼 수 있다.  

 

시즌 준비가 한창인 지금, 각 팀들의 목적은 제각기 다를 것이다. 2013 시즌에 비해 더 무궁무진한 발전을 기약하는 구단도 있고, 아예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선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는 구단도 있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대한민국 가장 아래에 위치한 축구팀인 제주 유나이티드야말로 2013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을 안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4 시즌 달라져야 하는 제주의 모습들을 기록하기 위해 필자는 오늘 이 칼럼을 작성했다.

 

2013 시즌의 제주는 38경기 16승 10무 12패를 기록하며 스플릿 A 진출에 실패했다. 뿐만 아니라 리그 마지막 라운드에서 강원에 패해 스플릿 B 1위 자리를 성남에 내줘야 했고, 시즌 내내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를 좀처럼 잡아보지 못했다. 제주 팬들 또한 시간이 지날수록 팀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날이 높아졌다. 결과적으로도 2013 시즌의 제주는 부족한 모습들을 보여줬지만, 그 외에도 한 해 동안 제주가 보여준 문제점들은 무수히 많았다. 오늘 이 시간에는 올해의 제주가 반드시 보여줘선 안 되는 모습들을 큰 틀에서 3가지 정도로 정리해 간단히 다뤄봤다. 이래봬도 신년 특집을 위해 따로 준비한 칼럼이다.

 

(△ 2013년 여름, 독일 아우구스부르크로 이적한 제주의 수비수 홍정호. / 사진 출처 : 스포츠한국.)

 

1. 거상 구단은 무슨... 절대 제주를 위한 것이 아닌 대승적 차원의 모습.

 

제주 유나이티드는 그동안 팀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쿨하게 해외로 보내주는 모습 덕에 한국에 있는 축구 팬들에게 ‘거상 구단’이라는 별명을 얻은 팀이다. 2010 시즌이 끝난 뒤에는 팀의 핵심 선수였던 구자철을 독일로 보내줬고, 2013 시즌에는 시즌 중에 홍정호를 독일로 보내는 등 팀의 선수들을 해외로 떠나보내는 데에 조금이라도 주저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여기에 최근에는 귀중한 자유 계약 영입 자원이었던 류승우의 레버쿠젠 임대를 기꺼이 허락해주기도 했다. 한국 축구의 발전을 위해 대승적인 모습들을 많이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긍정적인 내용을 담은 ‘거상’ 구단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사실 제주 팬들은 이 별명을 절대 환영하지 않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 축구를 위해선 충분히 대승적인 결정일지도 모르겠지만, 제주 구단과 팬들에게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결정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홍정호와 류승우의 경우에는 제주 팬들이 특히 많은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2013 시즌, 홍정호는 시즌 중에 독일 분데스리가 행을 결정지으며 여름 이적 시장에 팀을 떠나게 되었다. 당시 제주는 시즌 초반에 좋은 상승세 덕에 스플릿 A에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던 시기였으며, 동시에 스플릿 A 진출을 놓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당장 앞두고 있는 경기들에 집중력을 발휘해야 했던 시기였다. 하지만 제주는 시즌 중에도 홍정호의 이적을 관대하게 허락해줬고, 결국 이로 인해 당장 앞두고 있던 핵심적인 경기들을 수비 불안으로 인해 연이어 놓치는 모습들을 보여주며 치명적인 무승 행진을 겪게 됐다. 결과적으로 제주는 중요한 시기에 자신들의 사정은 생각지도 않은 채 팀의 소중한 선수를 떠나보내 중요한 시기에 스플릿 A로의 진출이 좌절되고 말았다. 이는 팀의 1년 농사를 망친 최악의 결정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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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레버쿠젠으로의 임대 과정에서 다소 많은 논란을 불러 일으켰던 류승우. /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최근 있었던 류승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제주는 귀중한 자유 계약 자리 중 하나를 활용해 한국 축구의 기대주였던 류승우를 영입했다. 구단에서는 다음 시즌 즉시 전력감으로 활용하기 위해 류승우를 영입했다며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고, 제주 팬들 역시 류승우가 이끌어갈 제주 유나이티드가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나날이 행복한 상상에 빠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얼마 안가 구단으로부터 들려온 소식은 바로 류승우의 임대 소식이었다. 말은 임대지만, 엄연히 이적이나 다름없는 소식이었다. 제주 팬들이 소리 모아 기대감을 높여가던 류승우는 제주에서 단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채 독일로 출국했으며, 또 다시 대승적인 차원을 위해 피해를 입은 제주 팬들은 구단의 결정에 대해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다.

 

2014 시즌 제주의 플랜에는 단연 류승우가 있었다. 하지만 팀의 중심이 될 것으로 기대했던 기대주가 경기 출전 없이 팀을 떠나게 되었고, 귀중한 자유 계약 자리 하나를 낭비했으니 제주 구단 입장에서는 피해가 막심했던 결과였다. 홍정호와 류승우를 떠나보내면서 구단은 이적료와 임대료를 챙겼지만, 이를 통해 오게 된 부작용은 돈으로는 도저히 메울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로 남게 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팬들이 입게 된 상처는 어느 방법으로도 치유될 수 없었다.

 

이러한 모습들이 한국 축구를 위한 구단의 대승적인 모습이라지만, 구단의 존재는 엄연히 팬들을 위해서다. 구단의 가장 중요한 일은 팬들을 위해주는 것이며, 이는 구단이 스스로 자기 구단을 챙기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의미와 직결된다. 당장 치명적인 결과가 예상되는 와중에도 관대하게 팀을 떠나는 것을 허락해주는 제주 구단의 처신이 지속된다면, 분명 제주는 앞으로도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되어 리그 내에서 서서히 경쟁력을 잃어가게 될 것이다. 구단 스스로가 팬들에게 구단에 대한 믿음을 줘야 한다. 대승적인 모습도 좋지만, 뼈를 깎으면서까지 희생을 감수해야 할 필요는 없다. 경기장에 오는 제주 팬들을 위해서라도 부디 2014년만큼은 제주 팬들에게 ‘대승적 차원을 위해’라는 말이 들리지 않기를 바래본다.

 

(△ 스플릿 B에서부터 제주 유나이티드 부동의 주전 스트라이커가 된 강수일. / 사진 출처 : 스포츠동아)

 

2. 도대체 무엇을 위해? 시즌 중 시즌 전체를 포기하는 모습.

 

스플릿 A로의 진출이 좌절된 뒤, 박경훈 감독은 스플릿 B 무대를 팀원 전체의 동기부여,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를 위해 그동안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서브 및 백업 선수들의 무대로 만들겠다며 인터뷰를 남겼다. 이후부터 제주는 스플릿 B 경기에서 정말 주전 선수들 대부분이 빠진 1.5군 및 2군에 가까운 라인업을 들고 나오며 남은 경기에 임하기 시작했다. 시즌 내내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강수일도 이 때 부터 꾸준한 기회를 부여받기 시작했다.

 

허나 제주는 결국 이 시간 동안 또다시 치명적인 상처만 안게 되었다. 1.5군 및 2군에 가까운 라인업의 선수들이 보여주는 최악의 경기력은 제주 팬들의 발을 멀어지게 만들었고, 오히려 예상했던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는커녕 이 선수들이 제주에 남긴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음 시즌을 위한 준비 및 보강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초라한 성적으로 인해 제주도민들의 관심도만 추락했다. 시즌 중반까지만 해도 마케팅에서 성공적인 사례를 남기며 리그 내 인기 구단으로 거듭나는 가 싶었던 흐름을 생각해보면 좀처럼 아쉬움이 남는 후반기였다.

 

제주 팬들의 시즌은 2013 K리그 클래식에 속한 팀들 중 가장 먼저 끝이 났다. 구단이 시즌을 거의 포기하면서 가을부터 팀 전체가 무기력해졌기 때문이다. 응원석에서 열심히 응원가를 부르던 팬들의 눈에도 제주 선수들의 무기력한 모습들만 눈에 들어왔고, 결국 서포터들의 흥미도도 급감하면서 2013 제주의 시즌은 이렇게 종료됐다. 스플릿 리그부터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허무한 시즌이었다.

 

프로로서 보여줘야 하는 모습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모습들이다. 응원석에서 목청껏 노래를 부르는 팬들을 위해서라도 시즌 내내 열심히 승리를 쫓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특히 경기장에 찾아오는 도민들 앞에서는 멋진 경기력을 보여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 하지만 제주의 2013 시즌엔 이런 모습을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스플릿 B로 추락하자 그 때부터 시즌을 거의 포기하다시피 했고, 이 때문에 시즌 초반 올바른 선례를 남긴 마케팅 전략은 리그 팬들의 기억에서 완전히 잊혀졌다. 제주가 스플릿 B 기간 동안 유일하게 남긴 것은 골을 넣지 못하는 강수일의 애잔한 인간극장 5부작뿐이었다. 경기장에 오는 팬들 앞에선 항상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점을 결코 잊지 않았으면 한다.

 


(사진 출처 : 오센, MK스포츠)

 

3. 2014년 여름도 덥다던데... 매년마다 반복되는 부진한 여름의 모습.

 

최종적으로 제주의 순위는 9위에 머물렀지만, 이는 시즌 초반에 결코 예상하지 못한 추락이었다. 2013 시즌 초반, 제주의 흐름은 너무 좋았고 리그 내 모든 팀들이 제주의 상승세를 꺾지 못하고 무릎을 꿇어야 했다. 팬들도 기뻐했고, 선수들도 신이 났고, 감독도 미소를 지었다. 이러다 리그 우승도 하겠다는 설레발도 가득했다. 하지만 또 다시 무더운 여름이 찾아오자 제주는 아무도 예상치 못한 거대한 슬럼프의 늪에서 좀처럼 헤어 나오지 못했다.

 

사실 제주의 여름 징크스는 제주 팬들과 리그 팬들에게 그리 낯선 풍경은 아니다. 아무래도 여름이라는 기후 속에 감당해야 하는 최장거리 원정 및 제주도 특유의 유난히도 뜨거운 무더위의 영향 때문일 것이다. 이 때문에 제주는 매년 여름마다 극심한 부진에 빠지며, 강팀으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다지지 못했다. 시즌 초반엔 언제나 최고의 활약을 보여주며 리그 우승의 강력한 후보로 떠오르지만 여름이 지나면 금새 제주는 순위표 아래로 내려가 있는 게 현실이다. 제주 팬들에겐 참 지겹고도 지긋지긋한 징크스일 것이다.

 

최장거리의 원정 거리와 제주도의 무더운 기후는 우리로선 어찌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따라서 이에 대해 확실한 대처 방안을 내놓을 수는 없다. 하지만 적어도 여름 징크스에 시달리는 기간이 조금이라도 줄어든다면, 선수들이 조금 더 힘을 발휘해 징크스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는다면 제주의 성적은 눈에 띄게 변해있을 것이다. 가능성은 적지만 어찌됐건 여름 징크스의 영향을 조금이라도 덜 받길 바래보는 수밖에 없다. 매년마다 피해자에 속하고 있는 제주 팬들의 바람은 얼마나 절실할지 말하지 않아도 알 것 같다.

 

그나마 희망적인 것은 내년 6월엔 월드컵으로 인해 리그가 휴식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하지만 제주의 부진은 주로 7~8월에 심화되니 어쩌면 해당이 안 되는 얘기일 수도 있다.

 

(사진 출처 : 베스트일레븐)

 

충분히 강팀으로 꼽힐만한 전력과 경기력을 보여주지만, 이상하게도 제주를 강팀이라고 부르기엔 2%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아무래도 위에서 언급한 3가지의 문제점들 때문일 것이다. 특히 2013 시즌은 이 문제점들이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 시기였다. 제주가 진정한 강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문제점들을 말끔히 해결해야 한다. 매년마다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고 있는 제주 구단의 안타까운 모습을 올해만큼은 방지하기 위해 어쩌면 팬들의 바람일 수도 있는 사항들을 대신해서 칼럼에 적어보았다.

 

부디 2014 시즌에는 강수일이 안타깝게 득점을 놓치는 장면이 제주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되지 않기를 바래본다. 제주 구단의 비상과 발전을 묵묵히 응원한다. 아울러 탄천 원정에서 너그럽게 승점 3점을 주는 자상함도 갖췄으면 싶다. (풋볼스토리 / 임형철 / stron1934@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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