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풋볼스토리] 성남, 안익수 감독이 떠나면 우려되는 문제점들.

알 수 없는 사용자 2013. 12. 14. 22:20

 

 

 

 

 

[임형철의 풋볼스토리 50번째 이야기 : 성남, 안익수 감독이 떠나면 우려되는 문제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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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일간스포츠)

 

나는 개인적으로 안익수 감독의 연임을 지지하는 편이다. 한 시즌 동안 보여줬던 성적도 나쁘지 않았으며, 특유의 빠른 역습 스타일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2012 시즌, 한 팀으로서 융합되지 않으며 팬들에게 무한 분노를 안겨줬던 팀에 비하면, 2013 시즌의 안익수 감독의 성남은 팀의 중심도 잡혀 있고, 짜임새 있는 축구를 하며 팀 분위기 또한 덩달아 상승한 것이 눈에 띄어 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안익수 감독의 연임이 확정된 듯한 언론의 보도가 나와 안익수 감독의 연임을 지지하는 나는 마음을 놓은 채 내년 시민구단에 대한 행복한 상상과 설렘에 푹 빠질 수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안익수 감독이 떠날 것이라는 일부 언론의 기사가 보도되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차기 감독 후보자까지 거론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이게 어찌된 상황인지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연임을 지지하는 나로썬 기사를 보자마자 성남의 이러한 선택과 태도가 잘못이다!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지만, 막상 어떤 배경에서 안익수 감독을 내보내려는 건지 모르기 때문에 함부로 쉽게 잘못된 태도라고 말하긴 어려운 거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정치적인 이유가 섞여있을 수 있고, 지금까지 보여준 시의회의 태도로 살펴보면 기존 감독이 맘에 안 들거나 일화의 색이 담겨있다는 이유로 시민구단 창단에 태클을 건다는 시나리오도 현실성이 없는 건 아니었다. 아무런 꼬투리도 남기지 않기 위해 감독을 교체하려는 성남시의 움직임일 수도 있으니, 어떠한 배경도 영문도 모르는 나로선 함부로 잘못된 태도와 결정이다! 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억한다. 시민구단 재 창단 소식이 발표 된 10월 2일, 연습 경기장에서 만난 안익수 감독과의 만남을 기억한다. 그 날 나는 이재명 시장의 발표를 듣고 기분이 좋아 숭실대와의 연습 경기가 열리는 성남 종합운동장으로 향했으며, 하프 타임 때 그라운드와는 멀찌감치 떨어진 곳에서 경기를 관전하는 안익수 감독을 운 좋게 만날 수 있었다. 안익수 감독을 본 나와 내 친구는 곧바로 시민구단으로 확정됐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알렸으며, 안익수 감독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수고했다, 고맙다’는 인사를 우리에게 들려줬다. 표정만 봐도 오랫동안 묵혀왔던 고민을 해결한 듯한, 후련한 미소가 느껴졌다. 그라운드에 서있는 선수들은 지금 소식을 모르기 때문에 연습 경기가 끝난 뒤 알려 줄 예정이라며, 다시 한 번 팬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해줬으면 한다며 우리의 손을 잡아줬다. 시민구단 재 창단 소식에 함께 기뻐하는 안익수 감독의 모습을 본 나로선 당연히 안익수 감독도 함께 성남에 남아줬으면 하는 바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라도 나는 안익수 감독이 계속해서 성남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는 거기도 하다.

 

안익수 감독을 내보내려는 성남의 태도가 과연 어떠한 이유와 어떠한 배경으로 인해 일어나게 된 것인지 모르는 나로선 함부로 이와 같은 움직임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안익수 감독이 계속해서 성남을 맡아주길 바라고 있다. 이번 칼럼에서는 이러한 안익수 감독의 연임 바람을 우회적으로 표현해 안익수 감독이 떠나면 우려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칼럼에 담아 표현해봤다.

 


(△ 2010년 FC서울에서 활약했던 김태환과 2011~12년 부산 아이파크에서 활약한 김한윤. 이들은 모두 안익수 감독을 따라 2013년, 성남으로 팀을 옮겼다. / 사진 출처 : 뉴스원, 아시아경제)

 

1. 팀의 주축 선수들인 前 부산, 서울 출신 선수들의 이탈.

 

2013 시즌을 앞두고 안익수 감독은 기존 팀 분위기에 문제를 끼쳤던 선수들을 대거 팔고, 새로운 선수들을 영입해 지난 시즌과는 확연히 다른 팀으로 본격적인 리빌딩을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주어진 시간적 여유는 얼마 없었기 때문에, 안익수 감독이 서울 수석코치 시절, 부산 감독 시절에 만났던 선수들을 대거 성남으로 불러들였다. 현재 안익수 감독과의 인연을 택해 성남으로 오게 된 2010년 FC서울 선수들은 현영민, 김태환, 제파로프, 이승렬이며, 2011~12년 부산 아이파크 선수들은 전상욱, 이요한, 김한윤(2010년 FC서울 선수), 이종원이다. 이 중, 외국인 선수인 제파로프는 실제로 안익수 감독과의 인연을 이유로 성남에 온 가능성은 낮지만 성남을 택한 이유 중 하나가 안익수 감독과의 인연이 될 수 있으며, 2012년까지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었던 김한윤은 2010년까지는 FC서울 소속 선수로서 안익수 감독이 부산 아이파크로 팀을 옮겼을 때 함께 부산으로 이적했다.

 

이렇듯 안익수 감독을 따라 성남으로 온 前 서울, 부산 출신 선수들은 자그마치 8명이나 된다. 특히 전상욱, 김한윤, 이종원, 현영민, 김태환, 제파로프는 한 시즌 동안 성남에서 놀라운 활약을 펼치며 대체 불가능한 자원으로 자리 잡았고, 이승렬은 기대 이하의 활약상이긴 했지만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2013 시즌의 성남은 이렇게 안익수 감독을 따라 성남으로 오게 된 선수들이 팀 분위기의 중심이 되면서 감독을 통해 똘똘 뭉친 하나의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바로 전년도인 2012 시즌의 성남과 비교해보면 팀으로서의 완성도는 매우 높은 편이었다.

 

하지만 안익수 감독을 통해 성남으로 오게 된 선수들이 많은 만큼, 이 선수들은 계속해서 안익수 감독을 따르게 될 가능성이 있고, 이에 따라 안익수 감독이 성남을 떠나게 되면 그것을 이유로 함께 성남을 떠나게 될 선수들이 분명히 생겨날 것이다. 특히 2010년부터 4년 연속으로 안익수 감독과 인연을 쌓아오고 있는 김한윤은 분명 안익수 감독이 떠날 때, 함께 팀을 떠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앞서 언급한 8명의 선수들은 한 명이라도 팀을 떠나게 될 시 그 전력의 공백이 매우 큰 핵심적인 선수들이다. 시민구단으로 전환되면서 예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떠나게 되는 선수들도 있는 와중에, 무리하게 감독을 교체해 감독과 함께 팀을 떠나게 되는 기존 핵심 선수들까지 더해진다면 성남의 전력 누수와 성남 팬들의 상처는 더욱 깊어지게 된다.

 

(사진 출처 : 베스트일레븐)

 

2. 무너져버리는 팀의 중심. 팀 분위기 및 사기 저하.

 

2013 시즌 성남의 중심은 단연 ‘안익수’ 감독이었다. 안익수 감독을 따라 성남에 오게 된 다수의 선수들까지 더해지면서 안익수 감독은 팀을 자신의 팀으로 완전히 장악했고, 선수들 역시 팀의 중심인 안익수 감독의 말을 따르며 한 시즌 동안 함께 전진하고, 함께 나아갔다. 1년 동안 놀라운 집중력과 활약상을 보여준 2013 시즌의 성남은 모두 안익수 감독의 작품이었다. 한 시즌 동안 선수들이 열심히 뛴 계기가 되어준 안익수 감독이 떠나게 되면, 그만큼 팀의 중심도 무너지고 선수들의 동기 유발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여기에 2013 시즌 성적도 나쁘지 않은 편이었다.

 

성남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시민구단 첫 시즌에도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해나가기 위해선 안익수 감독을 연임시키는 게 최우선이다. 2013 시즌 한 시즌 동안 팀은 안익수 감독을 중심으로 똘똘 뭉쳤고, 팬들은 가까이에서 이 모습을 지켜봤다. 그 전 시즌까지 엉망이었던 팀 분위기가 이렇게 변화할 수 있었던 건 안익수 감독의 지도력이 컸다. 이미 리그 내에서도 그 실력을 인정받은 안익수 감독이기에, 시민구단 첫 시즌을 안정적으로 출발하기 위해선 기존 지도자를 연임하는 것이 좋을 거라는 생각이다. 안익수 감독의 후임 감독으로 오는 감독이 안익수 감독만큼의 지도력을 보여주지 못하면 2013년 한 해 동안 올려놨던 팀 분위기와 사기의 저하는 물론이고, 팀의 전력에도 영향을 미쳐 새롭게 유입되는 성남 팬들에게 좋지 못한 인상을 안겨줄 수 있다. 2013 시즌 성남은 팀으로서의 완성도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그 점을 잘 인지해 시민 구단 첫 시즌도 안정적으로 출발해야한다.

 

(사진 출처 : 스포츠조선)

 

3. 고생만 하다 떠나는 감독, 성남 팬들이 지게 될 마음의 빚.

 

성남에게 2013 시즌은 매우 중요했다. 하마터면 리그 최다 우승 기록을 가지고 있는 명문 클럽 성남이 역사 속으로 사라질 수도 있었다. 팀의 존폐 여부가 갈려있는 시즌인 만큼, 팀도 선수들도 팬들도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 여기에는 팀의 수장이라는 무거운 부담을 안고 있던 안익수 감독도 마찬가지였다. 팀의 성적에 따라 팀의 존폐 여부가 가려질 수 있는 만큼, 바깥에 시끌벅적한 환경으로부터 팀을 보호하고, 선수들을 오로지 경기에만 집중하게끔 하는 리더십과 지도력이 필요했다.

 

성남시의 일화 축구단 인수가 확정되던 날, 내가 만난 안익수 감독이 환한 미소를 지을 수 있었던 것도 수개월 동안 그를 괴롭혀온 부담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직접 눈앞에서 보게 된 안익수 감독의 모습에서 그 동안 얼마만큼 감독과 선수들이 고생하였는지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사실 알고 보면, 안익수 감독은 2013 시즌 성남에 있어야 할 감독이 아니었다. 일부 성남 팬들은 아직도 모르고 있는 사실이 있다. 그는 사실 대승적 차원에서 어쩔 수 없이 성남행에 몸을 실어야 했던 감독이었다.

 

2012년 말, 부산에서 상위 스플릿에도 진출하며 ‘질식수비’로 좋은 성적을 얻은 안익수 감독은 당시 연맹 총재이자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였던 정몽규 총재(現 대한축구협회 회장, 부산 아이파크 구단주)에게 이야기를 듣고 성남으로 팀을 옮겼다. 모기업으로부터 해체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위협을 받고 팀의 운명이 걸린 만큼 묵묵히 팀을 이끌어 줄 감독이 필요하다는 성남 박규남 단장의 이야기를 전해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박규남 단장은 직접 이러한 사실을 연맹 총재인 정몽규 총재에게 알렸고, 정몽규 총재는 리그를 위한 대승적 차원에서 부산의 감독인 안익수 감독을 성남으로 보내주기로 약속하면서 결국 안익수 감독은 구단주의 말을 받아 성남으로 팀을 옮겨야 했다. “팀이 좋은 상황이었으면 오지 않았다”라는 말이 성남 감독으로 부임 된 직후 안익수 감독이 꺼낸 말이었다.

 

(사진 출처 : 베스트일레븐)

 

성남의 감독으로 부임된 안익수 감독은 2013 시즌, 팀의 존폐 여부가 갈린 역사상 가장 어려웠던 1년 동안 팀을 이끌어왔으며, 직접 팀을 살리기 위해 성남시가 인수를 거부한 상황에서 팀을 인수해줄 지자체를 찾아다니는 등 이리저리 발 벗고 뛰어다녔다. 선수들에게 집중했어야 했지만 그럴만한 여유도, 시간도 없었다. 성남 팬들의 노력과 리그 팬들의 목소리, 축구 인들의 계속된 호소 끝에 확정된 성남시의 일화 축구단 인수에는 사실 안익수 감독의 직접적인 노력도 충분히 영향을 미쳤다. 원래라면 부산에서 계속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갔어야 했지만, 모든 것을 포기하고 성남으로 온 안익수 감독은 해도 되지 않았던 고생을 1년 동안 묵묵히 해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행히도 팀의 생존, 그리고 성남이라는 연고를 지켜내면서 해피 엔딩으로 끝이 났다.

 

원치 않았던 자리에서 1년 동안 묵묵히 도움을 준 안익수 감독을 이제 와서 떠나보낸다는 것은 너무나도 매정한 짓이다. 물론 이와 같이 떠나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이게 된 이유와 배경은 알 수 없다. 일부에선 안익수 감독이 다른 지자체에 팀의 인수를 부탁하며 접촉했던 사실 때문에 성남시가 괘씸죄를 적용한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성남시가 팀의 인수를 사실상 거부하고 있었고, 팀의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자체를 찾아나서야 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러한 사실을 이유로 안익수 감독을 내보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성남이라는 지역에서 가장 어려웠던 2013년 한 해를 팀의 수장으로서 묵묵히 잘 맡아줬던 안익수 감독을 이제 와서 떠나보내면, 그만큼 성남 팬들이 져야하는 마음의 빚도 배가 된다. 시민구단 재창단 소식에 함께 기뻐해준 감독이고, 팀의 생존을 위해 1년 동안 많은 고생과 기여를 해온 감독이며, 팀의 존폐여부 때문에 여러 가지 말이 많았던 시즌 후반기에도 ‘우리 팀 스스로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말로 선수들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던 감독이었다. 안익수 감독의 노고를 봐서라도 그에게 성남 시민구단 초대감독이라는 타이틀을 안겨주는 것이 구단과 감독, 팬들 모두를 위한 선택이지 않을까하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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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F&)

 

“시민구단으로 전환되지만 현재 선수들이 다른 팀으로 가지 않고 함께 우승을 일궈냈으면 좋겠다.” 안익수 감독이 직접 밝힌 2014 시즌의 목표다. 사실 이는 성남 팬들의 목표이기도 하다. 기존 2013 시즌에 보여준 성남의 모습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에 선수도, 감독도 다 같이 남아 더 발전된 모습으로 새로운 팬들을 맞아주길 모두가 바랄 것이다. 하지만 2013 시즌의 중심이었던 안익수 감독이 떠나게 되면 결국 주축 선수도 이탈하고, 되려 1년 동안 키워놓은 조직력과 분위기, 사기에도 큰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이는 성남 시민구단의 안정적인 출발에도 분명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안익수 감독이 떠나면 우려되는 문제점들 3가지를 이 칼럼을 통해 다뤄봤다. 확실히 성남이 안익수 감독을 내보내려는 이유가 정확히 무엇 때문인지 모르기 때문에 이러한 움직임이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칼럼을 통해 연임에 대한 나의 바람과 주장을 우회적으로 표현해봤다. 앞서 밝힌 문제점들은 3가지 모두 굉장히 치명적이다. 처음으로 선보이는 성남 시민구단의 첫 출발이라는 부담에도 모자라, 안익수 감독의 빈자리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까지 모두 떠받은 채 시민구단의 첫 시즌을 맞이할 것인가? 향후 대답은 성남 스스로가 결정할 일이다. (풋볼스토리 / 임형철 / stron1934@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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